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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기조의 구조적 전환 가능성 평가 (II): 경제구조변화와 인플레이션 [24-05]
- 선임연구위원 강현주 외 / 2024. 02. 19
- 본 연구는 세계화 및 인구구조를 중심으로 경제구조변수가 한국과 미국의 저물가 기조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향후 물가 기조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지 평가해 보았다. 본 고에서는 1980년대 이후 지속된 저물가 기조를 필립스곡선 평탄화 및 추세 인플레이션 하향 안정의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필립스곡선 평탄화는 인플레이션의 국내 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둔화되었음을 나타내며, 추세 인플레이션 하향 안정은 기조적 물가상승률, 즉 인플레이션의 장기 추세가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1980년대부터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한미 인플레이션은 추세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화된 가운데, 필립스곡선 평탄화로 인플레이션의 경기순환적 특성이 약화되며 저물가 기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저물가 기조가 중앙은행의 성공적 물가 관리로 인한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안정과 함께 세계화 및 인구구조 변화로 살펴본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것인지를 실증적으로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에 앞서 본 고의 분석 기간인 1980년부터 2020년까지 한미 세계화 추이 및 인구구조 변화를 정리한다. 한미를 포함한 세계 경제는 1990년대 들어 세계화가 크게 진전되며 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 시대에 진입하였다. 한미 세계화는 초세계화를 거쳐 각각 2008년(미국) 및 2013년(한국)을 전후해 정체 국면(slowbalization)에 접어들었다. 다음으로 본 고에서는 전체 인구 대비 노동가능인구(15~64세) 및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중을 중심으로 인구구조를 살펴보았다. 양국의 노동가능인구 비중은 1980년 이후 대체로 상승세를 유지하였으나, 미국은 2008~2009년, 한국은 2012~2013년부터 감소세로 전환하였다. 특히 한국의 노동인구 비중 감소가 미국에 비해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양국 모두 고령인구 비중이 증가 중인 가운데 한국이 미국과 비교해 고령층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세계화 및 인구구조 변화가 한미 저물가 기조에 미친 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세계화는 한미 필립스곡선 평탄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헤드라인 및 근원 인플레이션 모두에서 관찰되었다.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의 역할을 살펴볼 수 있었던 미국의 경우 기대인플레이션 안정 또한 인플레이션의 경기 민감도 하락에 기여하였다.
본 고의 실증분석에서 세계화는 한미 추세 인플레이션 하향 안정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미 추세 인플레이션은 초세계화 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한 후 팬데믹 이전까지 안정세를 유지하였는데, 초세계화 시기에 발생한 추세 인플레이션 하락은 대부분 세계화로부터 유발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기존문헌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세계화 진전으로 비용효율성이 향상되고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된 결과로 파악할 수 있다. 한미는 각각 2008년(미국) 및 2013년(한국) 무렵부터 세계화가 추세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이 현저히 낮아졌는데, 이는 각국의 세계화가 동 시기부터 정체 국면에 진입한 점이 반영된 결과이다. 한편, 미국의 경우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의 안정세 또한 추세 인플레이션 하락에 기여하였는데, 그 영향은 주로 1980년대 초중반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둘째, 한미 간에 인구구조 변화가 추세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에 차이점이 관찰되었다. 우선 한미 공통으로 노동가능인구 비중이 감소할수록 추세 인플레이션이 상승하였다. 이는 경제 내 노동공급 감소가 물가상승을 유발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반면 고령인구 비중의 경우, 미국은 동 비중이 증가할수록 추세 인플레이션이 상승하였으나, 한국은 하락하였다. 미국은 고령인구가 생산보다 소비가 많은 순소비(net consumer) 주체의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의 고령층은 생산 활동 참여가 꾸준히 증가하였으며, 소비여력이 현저히 낮은 탓에 미국과 달리 인플레이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구조가 추세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은 각국에서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된 시기(미국 2008년경, 한국 2013년경)를 기점으로 큰 변화가 발생하였다. 양국은 각 시기까지 인구구조 변화가 추세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이 통계적으로는 유의하였으나, 경제적으로는 그 효과가 세계화에 비해 제한되었다. 양국에서 동 시기까지는 세계화가 추세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이 인구구조 효과를 크게 상회하였다.
하지만 한미 모두 베이비 붐 세대의 고령인구 편입이 시작되면서 인구구조가 추세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이 크게 확대되었다. 미국은 2008년 이전부터 고령인구 비중이 증가하여 인플레이션 상승요인으로 작용해온 가운데, 2008년을 기점으로 노동가능인구 비중이 감소세로 전환하며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이 추가되었다. 그 결과 2008년 이후에는 인구구조가 추세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이 세계화 효과를 넘어서며 유의미한 물가상승요인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은 1980년 이후 고령인구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여 인플레이션 하락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여기에 노동가능인구 비중이 2013년을 전후해 증가추세를 마무리하고 감소세에 접어들면서 인플레이션 하락요인에서 상승요인으로 전환되었다. 본 연구의 실증분석 기간인 2020년까지는 고령인구 비중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하락압력이 노동가능인구 비중 감소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압력보다 높았다. 하지만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치를 적용하여 살펴본 결과, 2025년부터 노동가능인구 비중 감소로 인한 추세 인플레이션 상승효과가 고령인구 비중 증가가 유발하는 추세 인플레이션 하락효과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한국 또한 향후 인구구조가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세계화 후퇴 가능성과 함께 한미 모두 상당 기간 노동가능인구 비중이 감소하고 고령인구 비중이 증가하는 인구구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경제구조변화에 본 연구의 실증분석 결과를 적용해보면, 한미 모두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온 저물가 기조가 종료되고 물가 변동성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화 후퇴로 필립스곡선이 가팔라지며 인플레이션의 경기 민감도가 복원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인플레이션의 변동성이 과거보다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세계화 후퇴로 추세 인플레이션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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