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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기업이 주도하는 세계 증권거래소의 변화와  차등의결권 이슈
2021 04/19
테크기업이 주도하는 세계 증권거래소의 변화와 차등의결권 이슈 2021-08호 PDF
요약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으로 테크기업의 외국상장과 차등의결권 이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벤처기업법 개정을 통해 비상장 벤처기업에게 제한적으로나마 차등의결권 주식의 발행을 허용하려고 하고 있어 차등의결권 도입 관련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보면 테크기업들이 세계 기업공개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유력 테크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직면한 주요 증권거래소들이 차등의결권 기업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추세이다. 다만 차등의결권 구조의 기업공개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반발과 규제당국의 견제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미국에서는 평균적으로 10년 수준의 일몰조항을 채택하는 기업들도 증가하며 시장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입법논의는 벤처기업 육성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증권거래소의 경쟁력 확보 및 투자자보호가 중심인 국제적 논의와 거리가 있다. 이미 국내투자자들도 차등의결권을 채택한 해외 유력 테크기업들에 투자하고 있고 국내 테크기업의 투자회수 전략도 현실화되고 있기에 한국거래소의 경쟁력 확보의 관점에서 차등의결권 논의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쿠팡은 국내 벤처업계와 자본시장에 몇 가지 숙제를 남겼다. 먼저 국내에 영업기반이 있는 유니콘 기업이 국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상장하였고 이를 따라 다른 유니콘 기업도 해외상장을 선택할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나타났다. 또한 쿠팡 창업주가 보유한 클래스 B 주식이 29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 주식으로 알려지면서 차등의결권의 국내 도입 논란이 가열되었다. 본고에서는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과 관련한 여러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세계 증권거래소 간 경쟁 심화와 이에 따른 국내 증권거래소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차등의결권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투자자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은 차등의결권 도입 논의를 격화시켰다. 현재 상법에서는 1주 1의결권을 강행조항으로 두고 있기에 의결권이 1개보다 많은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은 금지되고 있다.1)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측에서는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은 차등의결권이 허용되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며 조속한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차등의결권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기업지배구조가 후진적인 상황에서 차등의결권은 부의 세습과 집중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쿠팡은 외국기업으로 국내 상장을 준비하지도 않았다며 맞서고 있다.

그런데 비록 쿠팡이 미국에 상장되었다고 해도 쿠팡의 주된 사업장이 국내인 상황에서 국내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투자자들은 쿠팡 상장 이후2) 3월 31일까지 9,211만달러의 쿠팡 주식을 순매수함으로써 같은 기간 국내투자자가 미국 주식에 투자한 종목 중 3위를 차지하였다.
 

 
국내투자자들은 쿠팡 이외에도 차등의결권 구조의 미국 기업에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3월 31일 투자금액 기준으로 국내투자자가 가장 많이 투자한 미국 상장 기업 50개 중에는 8개의 차등의결권 기업이 포함되어 있는데 총 투자금액은 28.5억달러에 이르고 있다(<표 1> 참조). 8개 기업 중 1위 투자기업은 구글에서 이름을 바꾼 알파벳으로 10대 1의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하였다. 2위 팔란티어는 전체 의결권의 49.99%를 가지고 있는 매우 강력한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하였으며, 3위 버크셔 해서웨이는 1만개의 복수의결권 주식(정확히는 1/10,000의 부분의결권 주식)을 발행하였다. 4위와 5위 종목은 중국 테크기업으로 미국에 상장된 바이두와 알리바바이다.

결과적으로 국경 간 자본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이 국내에서 금지되었다고 하여도 국내투자자들은 이미 다양한 구조의 차등의결권 기업 주식에 투자를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차등의결권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3)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국내투자자들은 쿠팡을 비롯해 미국에 상장된 차등의결권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테크기업이 바꾸어 놓고 있는 세계 거래소 산업 

2020년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한 기업 165개 중 차등의결권 구조를 가진 기업은 32개로 19.4%를 차지하고 있다.4) 특히 42개의 테크기업 기업공개 중 차등의결권 기업은 18개로 42.9%에 이르고 있으며 이 비중은 2004년 구글이 테크기업의 차등의결권 구조의 기업공개 흐름을 선도한 이후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는 전체 차등의결권 기업공개의 절반을 테크기업이 차지할 정도로 테크기업의 차등의결권 기업공개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차등의결권 기업은 규모 면에서 1주 1의결권 기업공개 기업을 능가하고 있는데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단체인 CII(Council of Institutional Investors) 집계에 따르면 2018년에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차등의결권 기업의 비중이 전체 기업공개 중 17%였으나 2019년에는 22%, 그리고 2020년에는 60%로 크게 증가하였다.
 

 
세계적인 테크기업의 인기 속에 미국 테크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테크기업들도 미국 상장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두, 알리바바 등 중국 테크기업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의 테크기업들도 미국 상장을 선택하고 있다.5) 테크기업 상장이 미국으로 집중되면서 자국 또는 역내 테크기업을 붙들어 두기 위한 각국 금융당국과 증권거래소의 노력도 잇따르고 있다. 2018년 중국 테크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홍콩거래소와 싱가포르거래소가 각각 상장규정을 개정하여 차등의결권 기업의 상장을 제한적으로 허용하였고, 2019년 상하이거래소가 STAR market을 개설하면서 홍콩,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였으며, 인도의 증권거래소도 뒤를 따랐다. 2021년에는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 IDX가 6월까지 상장규정을 개정하여 차등의결권과 SPAC 제도를 도입할 예정임을 밝혔으며,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거래소의 입지는 물론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와도 역내 경쟁에 직면한 런던증권거래소마저 그동안 블루칩 시장인 프리미엄 세그먼트와 블루칩 주가지수인 FTSE100 편입이 불가능했던 차등의결권 기업에 대해 이를 허용하기 위해 상장규정 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새로운 변화들
 
테크기업이 세계 주요 증권거래소의 상장원칙을 변경하도록 만든 데는 글로벌 벤처캐피털로부터 풍부한 자금을 투자받게 되어 자금여력이 향상된 것과 함께 투자자들로부터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받으면서 기업공개에 있어서 과거에 비해 매우 유리한 지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세계 주요 증권거래소들은 2000년대부터 본격화된 탈상호화(demutualization)로 영리기업으로 바뀌었고 통신수단의 발달과 사적시장의 발달 속에 상장기업의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유력 테크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극심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증권거래소 간 역학관계에서 테크기업의 우위가 지속되는 한 테크기업이 원하는 형태로 기업공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테크기업들이 단순히 차등의결권의 관철에 머물지 않고 기업공개 과정에서 투자은행의 역할이 상당히 축소된 직상장(direct listing)6)을 추진7)하거나 아예 단기성과를 지양하고 장기성과와 장기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창업주에 친화적인 증권거래소를 설립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증권거래소를 지향하는 LTSE(Long-Term Stock Exchange)는 2020년 9월 출범하면서 상장기업이 장기성과에 보다 집중하도록 일반적인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은 물론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의결권이 가중되는 테뉴어 보팅(tenure voting) 주식의 발행을 환영하고 있다.

물론 미국 자본시장에서도 차등의결권 기업의 증가를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기관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차등의결권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데 이들을 대변하는 CII는 회원들이 1주 1의결권 기업에만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규제당국은 물론 주요 주가지수 관리회사들을 압박하여 차등의결권 기업의 상장과 지수편입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CII는 차등의결권 채택이 어쩔 수 없다면 일몰조항을 통해 영구화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하고 있으며 기업공개로부터 7년 후 효력이 사라지는 일몰조항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최근 들어 차등의결권 상장기업의 증가에 대해 우려하다 보니 바이든 정부에서는 관련 규제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같은 기관투자자의 견제 속에 미국의 차등의결권 기업공개 기업 중 일몰조항을 채택하는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에는 거의 절반의 기업이 소멸시한이 있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하였다. CII에 따르면 미국의 2017~2020년 기간동안 기업공개 기업 중 26개 기업이 일몰조항이 있는 차등의결권을 채택하였으며 기업공개 후 평균 소멸기한이 9.6년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차등의결권을 둘러싼 찬반 양측의 힘이 균형에 이른 값으로 해석할 수 있다.8) 한편으로는 런던증권거래소가 차등의결권 기업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를 고려중인 상황에서 음식 배달 업체 딜리버루가 차등의결권 구조의 기업공개를 시도했지만 주요 기관투자자의 외면 속에 가격이 급락한 상황은 단순히 차등의결권만 허용한다고 해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국내 거래소의 경쟁력 확보 관점의 논의 필요성

테크기업이 기업공개 시장을 주도하면서 해외 주요 증권거래소들이 기존 1주 1의결권 원칙에서 후퇴하는 현상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비상장 벤처회사에게 제한적으로 차등의결권 주식의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정부 주도로 만들어져 국회에서 논의 중에 있다.9) 다만 국내 입법 논의는 벤처기업의 육성이라는 관점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보니 테크기업 유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세계 주요 증권거래소의 변화 흐름과는 거리가 있다. 벤처기업의 성장이 차등의결권 구조에서만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다소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차등의결권으로 인한 소유와 지배의 괴리로 인해 직접적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소액투자자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10)와 한국거래소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에 논의의 초점이 맞추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후자와 관련해서 증권거래소의 사회적 임무가 우수한 기업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그 성장의 과실을 다수의 투자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국내 테크기업의 투자회수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고 해외 차등의결권 기업 주식에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는 다수의 국내투자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거래소의 역할 확대 필요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정부가 추진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을 통해 차등의결권이 도입될 경우 한국거래소는 이들 기업의 상장조건과 투자자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홍콩거래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차등의결권 구조로 외국에 상장된 테크기업들이라도 이차상장(secondary listing)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직상장이나 차등의결권 기업의 SPAC 합병11) 등 테크기업에 친화적인 상장제도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1) 상법 제369조 제1항,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
2) 구체적 시점은 한국예탁결제원이 쿠팡의 결제내역을 파악하기 시작한 3월 16일부터이다.
3) 차등의결권 기업의 경영진은 기업의 실적이 저조해도 교체될 위험에서 벗어나기에 외부투자자들은 경영진이 계속 남아있으려는 참호구축 리스크(entrenchment risk)에 노출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참호구축에 성공한 경영진은 기업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사적이익을 추구(expropriation risk)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차등의결권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남길남, 2019, 차등의결권 논쟁의 주요 흐름과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19-07’을 참조한다.
4) 미국 기업공개 통계는 Jay R. Ritter 교수의 IPO 데이터베이스에 근거하고 있다.
5) 2014년 홍콩거래소의 조사에서는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중국 테크기업의 약 1/3이 차등의결권 구조를 채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과 호주의 테크기업들도 자국 증권거래소보다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데 2018년 스웨덴 테크기업 스포티파이가 차등의결권 구조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였으며, 2015년 호주 테크기업 Atlassian도 차등의결권 구조로 나스닥에 상장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6) 최근 미국의 직상장 제도 변화에 대해서는 ‘조성훈, 2020, NYSE의 직상장(direct listing) 규칙 개정과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20-23’을 참조한다.
7) <표 1>의 팔란티어는 차등의결권과 직상장을 동시에 추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8) 참고로 런던증권거래소의 차등의결권 확대 적용과 관련해서는 5년의 일몰조항 설정이 논의되고 있다.
9) 벤처기업법 정부 입법안에 대해서는 ‘남길남, 2020, 벤처기업법 개정을 통한 복수의결권 도입안에 대한 소고,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20-25’를 참조한다.
10) 따라서 일반적으로 주식이 분산되어 있지 않은 비상장기업의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의 부작용은 제한적이며 국제적으로도 비상장기업에 대해서는 정관에 따른 자율적 결정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11) 싱가포르의 유니콘 기업 그랩은 차등의결권 구조로 SPAC과의 합병을 통한 나스닥 우회상장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