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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역동성 제고를 위한 한계기업 구조개혁 필요성
2021 02/01
기업역동성 제고를 위한 한계기업 구조개혁 필요성 2021-03호 PDF
요약
기업부문의 역동성 제고가 시급한 가운데 재무구조가 부실하고 영업능력의 근본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기업들이 만성적으로 시장에 잔존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한계기업의 가파른 증가 추세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직접적으로 저해하는 한편, 산업 내 희소한 자원이 한계기업으로 과다 배분됨에 따라 정상적인 기업의 고용과 투자를 저해하는 경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한계기업의 좀비화(zombiefication)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계기업 종목군에 대한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위험관리가 필요하며, 정책당국은 금융안정 차원을 넘어서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하는 시기가 올 위험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기업 활동의 기초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3분기 유가증권ㆍ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결산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1)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항공운수 업종에 해당하는 모든 기업들이 한계상황에 직면해있고, 조선업, 호텔ㆍ레저업 등에서도 한계기업 비중이 60%를 넘어선 상황이다.2) 초저금리 기조 하 기업의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기업의 영업능력이 더욱 빠른 속도로 저하되고 있어 한계기업의 구조개혁은 예정된 미래일 가능성이 높다. 

한계기업 구조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관련 논의는 다소 더딘 실정이다. 구조개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대규모의 실업, 투자자 피해 등 해결이 어려운 난관이 도사리고 있을 뿐더러, 외관상 식별이 용이한 영화 속 좀비와 달리 기업 좀비는 판단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발전적 논의를 어렵게 한다.3) 본고에서는 최근 한계기업의 특성을 살펴보고, 만성적인 한계기업이 우리 기업부문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을 진단하고자 한다. 특히, 기업부문의 역동성 제고 관점에서 초저금리 환경을 감안한 한계기업의 새로운 판별 기준을 제안하며,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 연구자, 정책당국 등 주요 이해관계자 입장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대응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한계기업의 재무적 특성

한계기업은 이를 정의하는 연구자들마다 일부 표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핵심 영업능력의 저하에 따라 정부ㆍ은행으로부터 신용 지원 없이 파산을 면하기 어려운 기업을 의미한다. 따라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일 경우 영업활동으로 부채조달비용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한계상황으로 간주한다. 다만, 대외의존도가 높고 경기순환형 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특성을 감안하면4), 단순히 이자보상배율의 1미만 여부로 기업의 한계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영업변동성이 높은 경기순환형 산업이 하강국면에 진입할 경우 일시적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하여 보유현금 여력이나 사업 역량과는 무관하게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5)
 
그러나 이자보상배율을 구간별로 나누어 기업 특성을 살펴보면, 이자보상배율 지표는 기업의 한계상황에 대해 비교적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기업일수록 기업규모는 작고, 수익성은 매우 열악한 반면, 부채비율은 높아 소규모ㆍ저수익ㆍ고차입 특성을 보인다.6) 가격지표 측면에서도 시장심리에 민감하고, 고유변동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 정보비대칭성 매매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상대적으로 정보열위에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한계기업 종목군에서 투자성과를 내기 어려울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편, 이자보상배율 1미만의 기업들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 빈도가 높아 장기투자 시 주주가치의 희석도 우려되는 수준이다. 

특히, 2002년 4월 초부터 2020년 12월 말까지 225개월 동안 이자보상배율 구간별 포트폴리오 성과를 분석해보면,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기업일수록 흑자전환과 같이 영업환경의 즉각적인 개선보다는 기업이 만성적으로 한계상태에 머무르는 좀비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02년 4월 초, 이자보상배율 1미만 포트폴리오에 1,000원을 투자한 경우 2020년 12월 말 현재 시장수익률 대비 가치는 275원에 불과하다. 반면, 이자보상배율 5이상 포트폴리오의 현재가치는 1,587원을 기록하여 5.8배의 격차를 보인다(<그림 1A>). 시장 요인 외에 규모ㆍ성장성 요인을 추가로 통제한 경우에도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은 월평균 0.49%의 초과손실을 기록했다(<그림 1B>). 아울러,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은 승률(hitratio)이 41.5%에 불과하여, 시장평균 대비 저조한 투자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한계기업의 재무적 특성을 장기 시계열로 살펴보더라도, 한계기업은 재무구조의 부실화가 심각하고 영업활동 경쟁력의 근본적인 개선이 요원하여 자체역량으로 한계상황을 탈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외부감사대상 비금융업종을 대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미만인 기업의 특성을 살펴보면, 한계기업으로 분류되기 5년 전부터 지속적인 수익성ㆍ안정성ㆍ이자상환능력의 악화가 예견된다. 구체적으로 한계기업은 한계상태의 판별 5년을 전ㆍ후로 전 기간에 걸쳐 적자 마진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그림 2A>), 고차입 재무구조가 장기간 유지되는 경향을 관찰할 수 있다(<그림 2 B>). 비한계기업과 질적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그러한 차이는 지속적으로 좁혀지지 않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생산성이 낮은 한계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적극적으로 배제하여 수익률 제고와 위험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반면, 시장 전체의 효율성 제고를 도모하는 정책당국자 입장에서는 한계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만성적으로 한계 상태에 머물러 있는 원인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계기업이 유발하는 혼잡효과(congestion effect)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시장의 비효율성을 완화하는 정책적 대응에 방점을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초저금리 환경을 감안한 한계기업 식별의 필요성

최근의 한계기업 퇴출 지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저금리 기조에 따라 저비용 차입자본이 증가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초저금리 기조로 기업의 이자상환 부담이 경감됨에 따라, 한계기업이 희소한 자원을 더욱 과도하게 점유할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어, 이자비용을 상쇄하는 영업이익 달성 여부만으로 한계기업의 혼잡효과를 파악하면 경제적 실질에 비해 매우 제한적인 효과만을 포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학계의 경우 대다수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이하 장기영업활동 한계기업)을 한계기업의 정의로 활용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장기영업활동 기준으로 한계기업을 판별, 금융안정ㆍ부실기업 관리의 판단 지표로 활용한다. 초저금리 환경을 감안한 한계기업 관리의 필요성이 점차 증대되는 현실을 고려하여 한계기업 문제의 분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한계기업뿐만 아니라 취약한 재무건전성에도 불구하고 저비용ㆍ고차입 특성을 보이는 한계기업에 대하여 종합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최근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의 경우 저금리 기조 하에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차입자본을 조달하는 한계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하여 혼잡효과를 분석한 바 있다.7) 본고에서도 초저금리 환경을 감안한 혼잡효과의 검증을 위해 해당 연구의 한계기업 판별 기준을 차용한다. 낮은 수익성에 재무적 어려움이 예상되는 기업임에도 비정상적으로 저렴한 대출 금리를 적용받아 시장에서 청산되지 않는 기업을 특정하고자, (i) 이자보상배율이 산업 내 하위 50%로 이자상환능력이 제한적임에도, (ⅱ) 순유동자산을 제외한 부채총자산비율이 산업 내 상위 50%로 고차입 특성을 보이면서, (ⅲ) 저금리 기조 하 금융기관의 관대한 대출관행 및 공적 신용보증으로 이자발생부채에 대하여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등급 기업이 부담하는 평균차입이자율보다 낮은 비용으로 부채를 조달한 기업을 저금리ㆍ고차입 한계기업으로 판별하였다.
 
전통적 한계기업 정의에 해당하는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들에 대해서도 비교목적의 분석을 수행하여 국내학계 및 금융당국에서 널리 활용하고 있는 장기영업활동 한계기업 기준과 초저금리 환경을 감안한 저금리ㆍ고차입 한계기업 기준 간 혼잡효과에 차별적인 특성이 있는지도 살펴본다.

 
저금리ㆍ고차입 한계기업은 정상기업의 영업활동에 비효율성을 유발

2001~2019년 외부감사대상 비금융업종 99,667개 기업-연도 표본을 대상으로 국내 기업 부문에서 한계기업이 유발하는 혼잡효과를 분석한 결과, 한계상황에 직면한 기업 비중의 증가는 기업부문 전반에 걸쳐 고용과 설비투자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적인 한계기업이 산업 내 한정된 희소자원을 과다 점유하면서 정상기업의 인적ㆍ물적 자원 활용에 제약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초저금리 환경 하에서 저비용 차입자본을 활용한 한계기업의 저마진 구조는 시장의 가격경쟁 구조를 왜곡하여 정상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전반적인 생산성 제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저비용으로 차입자본을 점유하고 있는 저금리ㆍ고차입 한계기업이 영업이익창출 능력 저하로 한계상황에 직면한 장기영업활동 한계기업보다 정상기업의 생산활동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3>). 이는 저금리ㆍ고차입 한계기업이 균형 수준을 초과하여 인적ㆍ물적 자원을 점유함에 따라 한계기업과 정상기업 간 자원의 배분효율성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즉, 건전한 기업들에 미치는 부정적 전이효과 측면에서는 저금리ㆍ고차입 특성의 한계기업에 대한 문제해결이 더욱 시급할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 및 시사점

본고에서는 최근 한계기업의 재무적 특성을 살펴보고, 만성적인 한계기업이 우리 기업부문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을 종합적으로 진단하였다.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기업부문의 역동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제고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는 한계기업 문제에 대해 보다 거시적이고 선제적인 차원에서 대응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그 동안 누적된 한계기업의 퇴출이 산발적으로 가속화될 수 있기에 효과적인 한계기업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사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한계기업의 경우 청산가치가 낮고 소규모 기업 비중이 높아 시장중심 구조조정 유인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효과적인 부실채권 정리와 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구조조정 전담기구의 설치를 검토해 볼 수 있다. 아울러,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확대하고 전직훈련을 강화하는 등 구조조정 사유에 한해 고용 안전망을 확충하여 대규모 실업에 대한 우려로 기업구조조정이 지연되는 현상을 완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8)
 
한편, 저금리ㆍ고차입 특성의 한계기업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악화시키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그간 전통적인 한계기업 기준에 국한하여 기업 여신의 부실화 문제를 분석, 관리ㆍ감독 방안을 마련해온 학계 및 금융당국은 연구목적이나 정책목표에 부합하는 한계기업 특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안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기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관점에서 한계기업의 구조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1) 자본시장연구원 “2021년 자본시장 전망 및 주요 이슈” 참조
2) FnGuide 산업분류 기준
3) 자본시장연구원, 「기업부문 취약성: 진단과 과제」 심포지엄.
4) 강현수, 2011, 한국의 무역의존도와 경제성장에 대한 인과관계 분석, 『산업경제연구』 24(4), 2135-2153.
5) 한계기업 증가의 대응과제를 논의한 「기업부문 취약성: 진단과 과제」 심포지엄에서도 한계기업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함이 제기된 바 있다.
6) 2001년 4분기부터 2020년 3분기까지 최근 4분기 합산 기준 이자보상배율 1미만ㆍ5이상 기업의 시가총액 평균은 각각 2,084억원, 6,296억원이고, 자기자본수익률 평균은 각각 -22.9%, 11.4%이며, 부채자본비율 평균은 각각 138.7%, 61.0%로 나타났다.
7) Acharya, V. V., Crosignani, M., Eisert, T., Eufinger, C., 2020, Zombie credit and (dis-) inflation: evidence from Europe (No. w27158).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8) 박창균ㆍ정화영, 2020. 12. 7, 한계기업 현황과 자원배분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과제, 자본시장연구원 심포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