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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의 해외 규제동향 및 국내 규제체계 마련에 관한 시사점
2019 12/17
가상자산의 해외 규제동향 및 국내 규제체계 마련에 관한 시사점 2019-26호 PDF
요약
리브라가 촉발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본격적인 발행시도는 규제수준에 관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상용화될 시기가 멀지 않았음을 인식시키고 있다. 가상자산에 어떠한 잠재적인 위험이 내재되어 있는지 아직 뚜렷히 파악하지 못하였다는 점이 제약요소가 되고 있으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하는 가상자산은 향후 일반적인 상거래 및 금융거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에 국내 정부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하는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제도적 정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방향을 감안할 때 국내 가상자산 규제체계 마련을 위해 고려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국내에서 가상자산에 관련된 경제활동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상자산에 대해 신속히 법적 명확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글로벌 규제방향성과 국내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내 가상자산 규제체계에 글로벌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중앙은행은 가상자산의 확산을 고려하여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발행적정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난 6월 18일 발표된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 프로젝트는 전통적인 금융서비스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17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금융소외계층에게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출범하였다. 그런데 리브라 출시 계획의 발표 이후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BIS, FSB, G7 등)은 이에 대한 면밀한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며 전체 금융시스템이 가지는 안정성 유지와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할 경우 리브라에 대해 적절한 규제와 책임성을 부여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특히 G7 국가들은 법률ㆍ규제, 감시와 관련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충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stable-coin)1)의 발행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는 리브라가 상용화에 대한 잠재력이 상당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불확실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다만 리브라로 말미암아 주요국의 규제당국과 시장참가자들의 가상자산2)에 대한 관심은 다시 한번 환기되고 있음도 분명해 보인다. 

가상자산이 가지고 있는 효용성과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제도화로 연결시키고 있는 해외의 발전방향과는 대조적으로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더딘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법률적인 제도화는 지난 11월 21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의결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 정도일 것이다. 본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가상자산을 제도화하는 국내 최초의 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특금법은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가 제시하고 있는 가상자산 관련 권고안 및 지침서3)상의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방지를 위한 내용만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며, 다양한 상거래 및 금융거래에 활용될 수 있는 가상자산의 경제적 실질에 대한 법률적 정의, 지급시스템의 안정성 확보, 데이터 보호, 소비자 및 투자자 보호, 납세준수 등에 관한 구체적인 규제방향을 제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급속히 발전해가는 가상자산과 이를 활용한 금융거래가 적절히 제도의 틀 안에서 포섭될 수 있도록 관련된 금융법제의 제ㆍ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본고는 가상자산에 대한 해외 규제동향을 점검하고 국내 규제체계 마련에 있어 고려해볼만한 사항들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리브라로 대표되는 스테이블코인의 부상과 해외 각국의 규제태도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초기 가상자산은 운영구조의 높은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변동성, 확장성의 한계, 복잡한 이용자 환경 등의 한계점을 노출시켰다. 특히 투기적인 거래수요의 유입으로 인해 가격변동성이 지나치게 높아져서 안정적인 지급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기가 어려웠다. 

리브라로 대표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초기 가상자산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을 상당부분 해결하면서 상용화의 성공 가능성을 유의적으로 증가시켰다.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리브라는 준비금 제도를 통해 가치를 안정화시키고, 여러 분야의 글로벌 기업과 협회(association)를 구성하여 상업적 범용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리브라로부터 자극을 받아 새로이 출현하는 스테이블코인은 그 가치를 안전자산이나 특정 포트폴리오 자산에 연동시키면서 내재적 가치를 안정화시키고 있다. 이는 안정화된 스테이블코인이 신속하면서도 싼 거래비용이라는 장점을 앞세워 글로벌 지급ㆍ결제수단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가짐을 의미한다.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에 대해 해외 주요국 규제당국은 긍정보다는 우려의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해외의 규제당국들이 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와 잠재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규제 및 감독에 관한 사안이 충분히 정비되지 않았고 관련된 리스크가 충분히 통제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에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9년 7월 프랑스 샹티이(Chantilly)에서 열렸던 G7 회의에서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스테이블코인이 규제 및 시스템 관점에서 중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였다. G7 국가들은 스테이블코인 및 운영자는 최고수준의 규제를 만족시킴과 동시에 건전성 규제와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G7 워킹그룹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보고서4)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범용화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공공 정책상의 규제 및 감독에 관한 과제와 위험요소를 제시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법적 명확성: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명확하고 투명한 법적 기반을 확립
· 건전한 지배구조: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적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지배구조를 확립하여 운영의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발행자와 보유자간의 이해상충 가능성을 최소화
· 자금관리의 투명성: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최고 수준의 자금세탁방지(AML) 및 테러자금조달방지(CFT) 기준을 적용
· 지급시스템의 안전성, 효율성 및 완전성: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이 항상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운영자는 지급결제시스템 및 지급결제시스템 제공업체와 동일한 수준의 요구사항을 준수
· 사이버 및 기타 운영리스크 관련 고려사항: 규제당국은 적절한 규제와 감독체계를 마련하여 스테이블코인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이버 보안 및 운영리스크를 최소화
· 시장거래의 투명성: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이 발행 및 유통시장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되어야 함
· 데이터 보호: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사용되는 데이터를 적절히 관리하기 위한 규제를 만들어스테이블코인 운영자에게 적용
· 소비자/투자자 보호: 소비자 및 투자자들에게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주요 위험과 의무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고, 스테이블코인이 증권이나 금융상품으로 간주될 경우 시장참가자들은 관련자본시장법과 규제체계를 준수해야 함
· 납세준수: 스테이블코인 운영자와 사용자는 관련 세법을 준수해야 하고, 잠재적인 조세회피 가능성을 최소화시켜야 함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국제기구의 권고사항

스테이블코인의 부상과 더불어 가상자산의 활용가능성이 확대됨에 따라 G7, IMF, BIS 등의 국제기구는 효율적인 스테이블코인 규제체계의 마련과 국제적인 공조체계의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설계 및 제휴방식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될 경우 각국 정부당국의 금융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국제기구는 공공부문의 이해관계자(정부부처, 중앙은행 및 국제표준제정기구 등을 포함)가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지급결제시스템을 포함하는 금융시장 전반의 시스템개선 로드맵을 개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출현은 지급결제서비스와 은행계좌 접근성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접근방식이 제공됨을 의미한다. 각국의 정부당국은 지급결제 프로세스의 표준화 수준을 높이고, 지급결제 인프라간의 직·간접적인 연계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새롭게 나타나는 지급서비스에 대한 법적 기반도 명확히 확립해야 하고, 국제적인 협조체계의 구축을 위하여 국제적인 표준을 마련하고 정부당국간의 정보공유 및 감시체계의 마련도 필요한 부분이다.
 
G7 스테이블코인 워킹그룹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가능성을 감안할 때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독립적으로 또는 공동의 차원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발행 가능성을 검토할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CBDC의 활용형태는 여러 가지가 존재하는데, 금융회사간의 자금거래에 사용되는 디지털 토큰 방식, 일반대중이 중앙은행 계좌를 유지하는 방식, 일반대중의 소액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현금 토큰 방식 등이 있다. 중앙은행에 의한 CBDC 발행은 통화정책의 집행과 금융안정성의 유지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심도있는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다만 여러 가지 위험성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CBDC 발행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된 연구의 진행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음은 주목할만하다. 


국내 규제체계 마련에 관한 시사점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방향은 국내 가상자산 규제체계 마련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가상자산에 관련된 경제활동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상자산에 대해 신속히 법적 명확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성격을 부여하고 이에 관한 위험을 적극적으로 통제하려는 해외의 규제방향성과는 대조적으로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제도화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가상자산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효용성은 부인하기 어려우며 향후 활용도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여 가상자산에 대해 법적 정의를 부여하고 거래투명성, 시스템 안정성, 데이터 보호, 공정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특금법의 개정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특금법은 가상자산 자금관리의 투명성에 관련된 영역만을 규제하고 있을 뿐이다. 금융거래의 모든 영역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효율적인 규제체계의 마련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둘째, 가상자산 규제체계의 마련에 있어 국제적 협력과 공조체제의 유지가 필요하다. 가상자산의 활용범위는 본질적으로 글로벌시장을 지향한다. 가상자산이 가진 네트워크 효과, 빅데이터에 접근함으로써 생기는 편익 등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 이는 가상자산이 특정 국가의 규제체계를 무력화시키거나 우회할 수 있으며, 일부 국가의 통화정책이나 국제통화시스템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상자산의 규제체계는 글로벌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규제방향성과 국내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내 가상자산 규제체계에 글로벌 일관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셋째, 중앙은행은 가상자산의 확산을 고려하여 CBDC의 발행적정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본격화될 경우 전통적인 방식의 중앙은행 화폐는 그 유용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가상자산이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널리 사용된다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시장금리의 형성과정에도 영향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집행방식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새로운 유형의 통화정책은 디지털화폐를 이용한 방식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중국과 유럽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CBDC 발행 논의를 참고하여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리브라가 촉발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본격적인 발행시도는 규제수준에 관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상용화될 시기가 멀지 않았음을 인식시키고 있다. 또한 번거롭고 복잡하게 느껴지던 국가간 지급서비스 및 금융계좌 접근성 문제를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음도 분명해 보인다. 물론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현재의 지급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도 명확하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에 어떠한 잠재적인 위험이 내재되어 있는지 아직 뚜렷히 알지 못한다는 점도 제약요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하는 가상자산은 향후 일반적인 상거래 및 금융거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가지게 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하는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1) 스테이블코인은 가격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게 설계된 가상자산(또는 암호화폐)을 의미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예치증서의 발행을 통해 법화와의 교환을 보장하는 방식, 기초자산 가치와 연동시키는 방식, 발행기관의 신용도에 기반하는 방식 등을 통하여 해당 가상자산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2) 본고에서는 이전까지 암호화폐, 가상화폐, 가상통화 등의 다양한 용어로 불렸던 자산에 대한 명칭을 가상자산으로 통일하였다. 이는 FATF의 가상자산 관련 권고안과 특금법 개정안 등이 채택한 가상자산(virtual asset)이라는 용어정의를 따른 것이다. 
3) FATF, 2019, International Standards on Combating Money Laundering and the Financing of Terrorism & Proliferation, The FATF Recommendations.
     FATF, 2019, Guidance for a Risk-based Approach, Virtual Assets and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s.
4) BIS, G7, IMF, 2019, Investigating the Impact of Global Stablecoins, G7 Working Group on Stabeco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