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 개정을 통한 비교가능성 제고의 필요성 | 자본시장포커스 | 발간물 | 자본시장연구원
ENG

발간물

자본시장포커스

회계기준 개정을 통한 비교가능성 제고의 필요성
2019 12/03
회계기준 개정을 통한 비교가능성 제고의 필요성 2019-25호 PDF
요약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의 여러 기준들이 제·개정되었다. 새로운 기준의 공통적인 도입 취지는 재무정보의 기업 간 비교가능성 향상이다. 동일한 경제적 사건에 대해 유사한 재무정보를 인식하도록 유도하여, 정보이용자들이 기업의 수익 및 현금흐름 특성을 이해하는 데 보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과거 15년간 국내 상장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업 간 비교가능성이 제고되면 회계이익의 지속성과 관련한 투자자들의 평가오류 현상이 상당 부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교가능한 정보가 정보이용자들의 재무정보 이해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됨을 시사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정보중개 범위가 제한적인 국내 자본시장 특성을 고려할 때, 비교가능성 제고를 목표로 한 일련의 회계기준 개정은 특히 코스닥시장의 정보위험 감소 및 효율적인 자원배분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책당국은 새 기준의 적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업계의 여러 가지 실무적 어려움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신중하면서도 신속한 지원을 이어 나가야 한다.
최근 국제회계기준의 제·개정 작업이 활발하다. 2018년부터 수익인식(IFRS 15)과 금융상품(IFRS 9) 전반에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었고, 2019년부터는 리스(IFRS 16) 기준에 큰 변화가 있었다. 2022년에는 보험계약(IFRS 17)과 관련한 새 기준의 도입을 앞두고 있다. 업종별·기업별 편차는 있겠으나, 재무건전성·수익성 지표들이 일제히 영향을 받으면서 이를 준용해야하는 상장기업들의 부담은 상당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정 전·후 서로 다른 기준에 의해 산출된 지표를 연속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1) 본고에서는 일련의 회계 기준 개정이 지향하는 목표를 살펴보고,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새 기준의 정착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새로운 회계기준의 공통된 목표는 재무정보의 기업 간 비교가능성 제고

새로운 회계기준은 기업 간 재무정보의 비교가능성 향상에 큰 방점을 두고 있다.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IFRS 15)’은 손익계산서의 첫 단추인 수익(revenue) 정보에 대하여 기업 간, 산업 간, 나아가 국가 간 비교가능성 향상을 골자로 한다. 계약에 따른 수행의무를 구체적으로 식별하고, 적정 대가를 인식하도록 포괄적이고 일관된 원칙을 정립하였다. 점차 경영환경이 복잡해지면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계약에도 대응이 가능하도록 유연한 체계를 마련한 셈이다. 

‘금융상품(IFRS 9)’ 기준은 금융자산의 투자 목적과 계약에 내재된 현금흐름 특성을 고려하여 분류 및 측정 기준을 일관성 있게 정비하였다. 회수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채권에 대해서는 채무자의 신용사건(credit event) 발생 이전에도 예상 손실을 적시에 반영토록 규정하여 재무상태표 상 채권 잔액을 보다 신뢰성 있게 관리하도록 하였다. 

과거 운용리스 계약의 경우 실질적인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리스이용자가 사용권에 대한 자산은 물론 지급대가와 관련한 부채도 인식하지 않았다. 개정 ‘리스(IFRS 16)’ 기준은 계약의 외관보다 경제적 실질에 입각하여 사용권자산 및 리스부채의 인식을 의무화하였다. 자기자본 대비 핵심 영업자산의 임차 비중이 높은 항공·해운업, 대형 점포의 임차 비중이 높은 호텔·면세·유통업 등에서 경제적 실질에 기초한 재무건전성 평가가 용이해졌다. 

‘보험계약(IFRS 17)’ 기준은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를 요구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고금리 확정형 계약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판매 당시에는 은행 대비 높은 이자를 확정적으로 보장하면서 보험업계의 외연 성장에 촉매제 역할을 하였지만, 현재는 장기간 금리 하락 여파로 역마진에 대한 부담을 보험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현행 기준(IFRS 4)으로는 보험사의 늘어난 부담을 적시에 파악하기 어렵지만 도입예정 기준으로는 가능하다. 
 


회계기준 변경은 경영상 직·간접비용을 유발

기업·산업·국가 간 비교가능성 제고라는 새로운 회계기준의 도입 취지는 수긍할만하다. 단, 개정 기준을 준용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원칙 중심의 국제회계기준은 그 해석과 적용에 전문가적 판단과 책임을 강조한다. 기준 검토를 위한 전문가 자문, 태스크 포스 구성 등 정보 생산 측면에서 각종 직접 비용이 수반된다. 아울러, 기준 개정 폭이 큰 경우에는 새로운 결산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며 이는 상당한 예산을 필요로 한다.2) 

적용 결과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간접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재무비율이 악화되면 특약조건에 따라 일부 대출금의 경우 만기 전 상환 의무가 발동할 수 있고, 이는 연쇄적인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본 확충이 요구된다. 손익 변동성이 확대되면 배당의사결정 수립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자본 변동에 대한 추가적인 위험회피 수단도 검토해야한다. 한편, 기업 간 비교가능성 향상을 목표로 하더라도, 정보 산출 기준의 변경은 기업 내 기간 간 비교가능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개정 회계기준의 기대 효과: 투자자 이해도 향상

회계기준 개정은 회계정보 생산과 관련한 각종 비용을 유발함과 동시에 기업재무와 관련한 의사결정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최종적으로 주주가 부담하게 되는 몫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회계기준이 과연 주주들에게 어떠한 편익을 제공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회계기준이 목표한 바대로 거래의 경제적 실질과 동떨어진 회계처리를 최소화하고, 정보이용자로 하여금 기업의 수익 및 현금흐름의 특성을 검토하는 데 보다 목적적합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며, 최종적으로 기업·산업·국가 간 비교가능성을 제고한다면, 이는 시장참여자로 하여금 회계정보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비교가능한 정보의 유용성을 실증한 국내 선행연구에서는 특정 기업의 재무정보가 다른 기업의 유사정보와 쉽게 비교될수록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실적 예측을 보다 정확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전문투자자의 예측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3) 단,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경우 애널리스트 분석 보고서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 수가 상당히 제한적이다.4) 또한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의 정보력은 동등하다고 보기 어렵다.5) 즉, 일반투자자 역시 전문투자자와 유사한 수준에서 비교가능한 재무정보를 활용하여 관심 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지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동일한 경제적 사건에 대하여 재무정보가 얼마나 유사하게 반영되는지를 토대로 기업간 재무정보의 비교가능성을 측정6)한 다음 비교가능성의 수준에 따라 평균적인 투자자들이 현금흐름을 수반하는 이익(이하 고현금성이익)과 현금흐름을 수반하지 않는 이익(이하 저현금성이익)을 효과적으로 식별하는지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였다. 일반적으로 고현금성이익은 저현금성이익에 비하여 미래 지속성이 높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7) 

분석 결과, 기업 간 재무정보의 비교가능성이 제고될수록 회계이익의 지속성과 관련한 투자자들의 평가오류 현상이 뚜렷하게 개선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 1>에서 비교가능성이 낮은 집단의 가치변동 추이를 보면, 고현금성이익을 보고한 기업을 매수하는 경우와 저현금성이익을 보고한 기업을 매수하는 경우 그 가치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증대되는 흐름이 관찰된다. 반면, <그림 2>에서 비교가능성이 높은 집단의 가치변동 추이를 보면, 그러한 격차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8) 이는 비교가능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을 때, 투자자들이 고현금성이익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기업의 건실한 현금흐름이 자산 가격에 뒤늦게 반영됨을 의미한다. 반면, 비교가능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는 때에는 회계이익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매우 효율적으로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그림 3>을 살펴보면, 시장·규모·성장성 요인 등을 통제한 상태에서도 재무정보의 해석 상 비효율성은 비교가능한 정보가 제한적인 경우에만 유의하다. 
 




시사점

최근 도입된 회계기준들은 기업 간 비교가 용이한 정보 제공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개념적으로 명확한 장점이 있다. 실제 과거 15년 동안의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비교가능성 제고는 우리나라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회계정보 이해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장전문가의 정보중개 기능이 극도로 제한적인 코스닥시장에서는 비교가능한 정보 제공이 정보비대칭 문제 완화에 효과적인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판단한다. 구체적으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정보위험 감소, 외부감시 기능 강화 및 자원배분 효율성 증대가 예상된다. 

회계기준 개정 초기에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각종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주주가치의 감소 요인에 해당하지만, 일시적인 비용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비용이 계속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반면, 투자자 이해도 향상에 따른 정보위험 감소는 기업의 할인율과 직결되는 요인이고,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정책 당국은 기준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제도를 정비하여 주주의 부담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 원칙 중심 회계기준의 해석상 어려움이나, 복잡한 추정과 판단을 요하는 거래에 대해 기준 적용의 모호한 측면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세부적인 지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상법·세법상 상충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하고도 신속한 검토를 통해 혼선을 줄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경제적 실체는 변하지 않았는데 회계기준 변화로 재무건전성·수익성 지표만 악화된 것 아니냐며 기준의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나아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가적인 자본조달이 필요한 사례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 Hans Hoogervorst 국제회계기준위원회 의장은 바람직한 회계기준일수록 외부 투자자는 물론이고 내부 경영진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기업 위험을 사전에 경고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부외 부채의 장부 반영, 역마진이 예상되는 지급채무의 손실 반영 등이 경제적 실체와 무관한 셈법의 변화인지는 곰곰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개선 이전에는 현상의 명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새로운 회계기준이 기업의 현재 상태에 대해 보다 비교가능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1) 조세일보, 2018, 6, 28, IFRS9 시행으로 은행·카드사 대손충당금 최대 33.8% 증가. 
     더벨, 2019. 5. 8, 실적 변동성 커진 HDC현대산업개발… IFRS15의 그늘.
     파이낸셜뉴스, 2019. 6. 2, 회계기준 바꿨더니 빚이 2배로… 직격탄 맞은 항공사들.
     연합뉴스, 2019. 9. 26, IFRS17 도입, 보험사 보험부채 리스크 관리 중요해져.
2) 보험개발원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구축한 IFRS 17 결산시스템의 경우 약 2년 3개월 기간 동안 130여명의 인력과 173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보험개발원, 2019. 10. 24, 국내 최초 GPU 기반 IFRS 17 시스템 ARK 완성, 보도자료).
3) 강민정·이명건·이호영, 2013, 회계정보의 비교가능성이 재무분석가 이익예측 및 회계정보 가치관련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회계학연구」, 38(1), 281-320.
4) 2001년부터 2018년까지 3인 이상 애널리스트 예측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기준 30.3%, 코스닥시장 기준 3.2%이다(자료: FnGuide, 매년 6월말 최근 3개월 FY1 예측치 기준). 
5) Bartov, E., Radhakrishnan, S., Krinsky, I., 2000, Investor sophistication and patterns in stock returns after earnings announcements, Accounting Review 75(1), 43-63.
6) De Franco, G., Kothari, S.P., Verdi, R.S., 2011, The benefits of financial statement comparability, Journal of Accounting Research 49(4), 895-931.
7) Sloan, R.G., 1996, Do Stock Prices Fully Reflect Information in Accruals and Cash Flows about Future Earnings?, The Accounting Review 71(3), 289-315.
8) 12월말 결산법인 기준, t기 재무제표 정보를 이용하여 매년 t+1기 4월초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며, 상장폐지 시 수익률은 0%, 거래비용은 없음을 가정하여 가치가중수익률을 기준으로 기초지수 ₩1에서 누적 산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