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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연기금의 투자방식 비교: 전략적 자산배분의 중요성
2019 06/18
개인과 연기금의 투자방식 비교: 전략적 자산배분의 중요성 2019-13호 PDF
요약
통상 대형 연기금은 단계별 의사결정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그 핵심은 운용목적에 부합하는 목표수익률과 위험감내수준을 설정하고 전략적 자산배분을 통해 자산군별 최적투자비중을 찾아내는 것이다. 반면, 비전문가인 개인은 개별 종목의 선정과 타이밍 등 오로지 전술적 자산배분에만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과잉확신이나 범위한정성향과 같은 심리적 약점에 쉽게 노출되곤 한다. 개인이 스스로의 특성과 위험성향에 적합한 전략적 자산배분을 수행함으로써 대형 연기금과 같이 장기 관점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개인의 비합리적 투자행태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비전문가인 개인은 신중한 분석 없이 인기 있는 주식이나 펀드를 고가에 매수하였다가 인기가 시들해진 후 낮은 가격에 되파는 경향이 있으며, 소수 종목에 자산의 대부분을 집중하는 몰빵투자도 드물지 않게 관찰된다. 즉각적 판단에 의존하여 짧은 시간 동안 변동성 높은 종목을 집중 매매하는 등 지나치게 큰 투자위험을 부담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개인의 비합리적 투자행태는 주로 과잉확신(overconfidence)이나 범위한정성향(narrow framing) 등 심리적 약점에 기인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실망스러운 투자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산운용에 있어 이와 같은 부정적 경험이 지속적으로 누적된다면 해당 투자자는 결국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자체를 기피하고 자산운용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 일례로 펀드 시장에서는 개인의 이탈 현상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개인에 대한 공모펀드 판매잔고는 2009년말 159조원에서 2019년 4월말 86조원으로 10여년 사이 46%나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 동안 기관투자자 판매잔고가 60조원에서 88조원으로 오히려 33%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주식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의 성과가 기관투자자에 비해 크게 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따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개인투자자 수가 상당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투자방식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개인이 비합리적 투자행태를 지양하고 장기 관점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본고에서는 대형 연기금의 의사결정체계를 살펴봄으로써 변화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연기금은 단계별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하여 심리적 약점으로부터 운용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으며 정교한 자산배분을 통해 오랜 기간 동안 양호한 투자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의 투자방식

통상 대형 연기금은 자산운용을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의사결정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 단계는 연기금의 운용목적을 명확히 하고 이에 부합하는 목표수익률과 위험감내수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모든 연기금은 제도적 기반 또는 가입자 특성에 따라 각각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의 설립목적은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1) 따라서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연령, 수급시점, 소득대체율 등을 감안하여 기대수익률과 위험감내수준을 결정한다. 모든 대형 연기금이 가입자의 노후 보장을 위해 운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산규모 세계 2위 연기금인 노르웨이 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GPFG)은 석유 가격 하락, 경기 침체, 인구 고령화 등에 대비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싱가포르 Government of Singapore Investment Corporation(GIC)은 ‘장기 관점에서 정부 예비자금(reserves)의 국제 구매력을 유지 또는 확대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이렇게 연기금의 운용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목표수익률과 위험감내수준도 서로 다르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 GIC는 ‘글로벌 주식과 채권에 각각 65%, 35%를 투자한다’고 기준 포트폴리오(reference portfolio)를 설정하여 스스로의 목표수익률 및 위험성향을 나타내고 있으며2), 운용자산 규모가 200조원이 넘는 말레이시아 Employees Provident Fund(EPF)는 ‘향후 10년 동안 한 해라도 연간배당률이 2.5% 이하로 내려갈 확률이 10%를 넘지 않을 것’을 제약조건으로 설정하여 스스로의 위험성향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전략적 자산배분(strategic asset allocation)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5월 2020~2024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의결한 바 있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민연금은 2020년 목표 포트폴리오로 국내주식 17.3%, 해외주식 22.3%, 국내채권 41.9%, 해외채권 5.5%, 대체투자 13.0%를 제시하고 있으며, 동 포트폴리오의 특성치를 기대수익률 4.8%, 위험 6.2%, 손실확률 22.1%라고 추산하고 있다.3) 이와 같이 핵심 자산군에 대해 투자비중을 결정하는 것을 전략적 자산배분이라 부른다. 즉, 각 자산군별 기대수익률과 서로 다른 자산군 간 상관관계 및 분산투자 효과를 추정하고, 연기금의 목표수익률과 위험감내수준에 부합하도록 자산군별 최적비중을 산출하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전술적 자산배분(tactical asset allocation)이다. 전술적 자산배분은 이전 단계에서 결정된 자산군별 투자비중을 기본 바탕으로 하되 펀드매니저가 재량을 가지고 시장상황에 대응하거나 이를 적절히 이용하여 초과수익(alpha)을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부 종목선택, 매수ㆍ매도 타이밍 선정 등 액티브 운용을 통해 벤치마크 대비 높은 수익을 내고자 하는 활동이다. 단, 중요한 점은 전술적 자산배분의 수행이 전략적 자산배분 단계에서 사전에 정한 허용범위 안에서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형 연기금의 자산운용 방식은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상대적 중요성을 따져보면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이다. 즉, 연기금의 특성에 맞게 목표수익률과 위험감내수준을 설정하고 이에 부합하도록 자산군별 투자비중을 결정하는 것이 연기금 성과의 대부분을 좌우한다. 반면, 마지막 단계인 전술적 자산배분이 대형 연기금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통상 대형 연기금 운용에 있어 액티브 방식의 허용범위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민연금의 경우 전략적 자산배분에 의한 2019년도 목표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과 위험 수준이 각각 4.9%, 6.0%인 반면4), 전술적 자산배분에 의한 액티브 위험을 0.55%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추구하는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률은 0.22% 수준에 불과하다.5) 국민연금 성과에서 전술적 자산배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와의 비교 및 시사점

대형 연기금이 단계별 의사결정체계를 가지고 있는 반면, 개인투자자는 개별 종목의 선정과 타이밍 등 오로지 전술적 자산배분에만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대형 연기금처럼 본인의 운용목적 및 특성에 부합하는 목표수익률 및 위험감내수준을 설정하거나 전략적 자산배분을 통해 큰 틀에서 포트폴리오의 분산투자 효과를 추구하는 데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즉, 전술적 자산배분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선정된 종목들이 모여 상향식(bottom-up)으로 최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되고 이렇게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분산투자 효과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고변동성의 특징을 가지게 된다. 경우에 따라 투자자는 본인의 위험감내수준을 뛰어넘는 고위험 포트폴리오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으며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해당 포트폴리오의 투자성과에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현 상황에서 개인투자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본인에게 적합한 수준의 목표수익률과 위험감내수준을 사전에 설정하고 전략적 자산배분을 수행하여 분산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하향식(top-down)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으며 대형 연기금과 같이 낮은 변동성을 유지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심리적 약점으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즉, 범위한정성향으로 인하여 포트폴리오 전체 수익률이 아닌 개별 종목의 수익률에 집착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장기 수익률을 추구함으로써 단기에 지나치게 많은 거래를 일으키는 부작용을 줄일 수도 있다. 

다만, 비전문가인 개인이 대형 연기금과 같이 정교한 자산운용 체계를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직접 투자를 하고 싶은데 스스로 전략적 자산배분을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면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국민연금과 같이 정교한 의사결정체계를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의 전략적 자산배분 결과를 본인의 포트폴리오 구성에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상당수 개인투자자가 노후 생활 안정을 투자목적으로 삼고 있는 만큼 그 목적이 유사한 국민연금의 전략적 자산배분 결과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국민연금 외에도 유수의 금융기관이 일임형 ISA 등의 서비스를 위해 위험성향별 모델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공표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를 참고해 봄직하다. 

간접 투자를 선호하는 개인의 경우 맞춤형 자산배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금융상품의 대표적인 예로 로보어드바이저와 생애주기형펀드(Target Data Fund)를 꼽을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설문이나 고객 데이터를 통해 투자자의 목표 및 위험성향을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전략적 자산배분을 수행,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작한다. 생애주기형펀드는 은퇴시점에 따라 고객군을 구분한 다음 각 포트폴리오의 위험수준을 조정함으로써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다만,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이러한 맞춤형 자산배분 서비스가 아직까지 국내에서 도입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업계에서는 스스로 자산배분 역량을 확보하고 고객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금융상품에 대한 통합과세체계를 도입하여 개인의 전략적 자산배분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손익통산 허용은 반드시 선결되어야 하는 과제다. 전략적 자산배분의 결과로 개인이 다양한 금융상품에 분산투자했을 때 개별 상품마다 이익과 손실이 각각 발생하게 되는데 손익통산이 허용되지 않으면 이익이 나는 상품에는 세금이 부과되는 반면 손실을 본 상품에서는 전혀 보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비대칭성은 분산투자의 효용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밖에 현재 논의 중인 손실이월공제, 장기투자 세제 혜택 등도 개인이 장기 관점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도록 유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 국민연금법 제1조
2) 기준 포트폴리오는 실제 포트폴리오와는 무관하게 GIC의 목표수익률과 위험성향을 나타내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3)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2019, 2020년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안).
4)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2018, 2019년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안).
5) 보건복지부 & 국민연금공단, 2019, 2019년도 자산군별 액티브위험 배분결과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