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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과 금융투자업의 대응
2019 05/21
디지털 혁명과 금융투자업의 대응 2019-11호 PDF
요약
디지털 혁명은 인간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파괴적(disruptive)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금융투자업 역시 이러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먼저 디지털 혁명으로 금융투자업 주요 업무 밸류체인에서 기능에 따른 언번들링(unbundling)이 일어나고, 특정 기능에 특화한 신규 플레이어가 등장할 것이다. 또한 플랫폼이 기존 금융투자회사의 주요 경쟁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변화의 와중에서 금융투자회사들은 데이터의 중요성과 데이터 관련 규제환경의 변화를 주목하고 인식을 새롭게 하여, 데이터 관리 역량을 제고하고 마이데이터와 같은 규제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업무가 아니고 기능에 특화한 핀테크 기업 등 새로운 형태의 플레이어 등장에 대비하여 진입규제를 탄력적이고 포괄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기존 금융투자회사와 핀테크 기업 간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업무위탁 관련 규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기존 플레이어와 신규 플레이어 사이의 공정경쟁 보장도 중요한 과제이다. 디지털 혁명의 편익은 궁극적으로 투자자를 비롯한 금융투자업의 고객들에게 귀속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최근 기술의 급속한 발전, 특히 디지털 혁명1)은 경제ㆍ문화ㆍ정치 등 인간 사회의 모든 측면에 큰 영향을 미치고 파괴적(disruptive)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이는 금융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금융산업은 디지털 혁명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그 영향이 가장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는 부문 중의 하나이며, 금융과 기술의 결합을 의미하는 ‘핀테크(fintech)’라는 단어는 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금융산업에서도 디지털 혁명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요 금융회사들은 초기에는 주로 후선(back office)업무 중심으로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였으나, 점차 고객의 니즈에 맞춘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통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전선(front office)업무로 디지털 기술의 도입과 활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동시에 다수의 핀테크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많은 혁신과 변화를 이룩하여 왔다. 주식시장 매매거래가 전자화되었고, 투자자들은 창구 직원을 통하여 매매거래 주문을 내던 시대에서 HTS를 거쳐 MTS를 통하여 내는 시대가 되었다. 알고리즘 거래, 고빈도 거래가 보편화되었고, 예탁ㆍ청산ㆍ결제와 같은 자본시장 후선업무가 혁신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디지털 혁명은 ‘혁명’이라는 표현이 암시하듯이 이전과 비교하여 보다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변화를 금융산업에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금융산업에서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변화는 현재까지는 주로 소매은행업(retail banking)과 보험업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자본시장 관련 비즈니스(즉 금융투자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소매은행업이나 보험업과 비교할 때 금융투자업의 경우 기업 또는 기관투자자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도매(wholesale) 비즈니스의 비중이 크고, 이러한 도매 비즈니스는 아직까지는 사람 간의 접촉과 관계에 의존하는 측면이 많기 때문에 기술에 의한 사람의 대체가 어려우며, 따라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규 플레이어에 대한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2) 실제로 영위하고 있는 핵심사업별로 세계의 핀테크 기업들을 분류하면, 소매은행업에 해당하는 지급결제ㆍ간편송금의 비중이 가장 크고, 이어서 대출(lending), 보험, 개인금융(personal finance)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본시장 관련 비즈니스를 핵심사업으로 영위하는 핀테크 기업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3) 

국내의 핀테크를 포함한 금융산업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발견된다. 2019년 3월에 발표된 「2018 대한민국 핀테크 기업 편람」에 의하면, 2018년말 현재 국내의 302개 핀테크 기업 중에서 P2P 금융 기업이 56개, 지급결제ㆍ간편송금 기업이 55개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고, 자본시장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영위한다고 볼 수 있는 핀테크 기업은 로보어드바이저(20개), 크라우드펀딩(13개) 등으로 나타났다.4) 또한 정부가 2019년 4월 17일과 5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지정ㆍ발표한 18건의 금융규제 샌드박스 적용 대상 혁신금융서비스에서도 자본시장과 관련된 서비스로 볼 수 있는 것은 3개로 소수에 그치고 있다.5)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업 역시 점차 디지털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에 직면하게 되고, 그로 인한 사업 환경 변화에 더욱 많이 노출될 것이다. 본고에서는 예상되는 중요한 변화는 무엇이며, 이 변화가 금융투자업계 및 규제정책에 대하여 갖는 함의를 간략하게 논하고자 한다.


디지털 혁명으로 예상되는 금융투자업의 변화

디지털 혁명의 진행에 따라 금융투자업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변화의 하나는 금융투자업 주요 업무가 수행되는 일련의 과정, 또는 밸류체인(value chain)의 ‘언번들링(unbundling)’이며, 아래 <그림>은 그 개념을 시각화한 것이다. 증권회사들은 위탁매매, 투자은행 등 각각 영위하는 ‘업무’ 가 있으며, 각각의 업무는 일련의 ‘기능’들을 결합함으로써 수행된다. 밸류체인은 하나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기능들의 수직적 결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증권회사는 자신이 영위하는 업무의 처음(기능 1)부터 끝까지를 수직적으로 결합하여 수행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방식이었다. 증권업을 포함한 금융투자업에서의 디지털 혁명은 이와 같은 ‘일련의 기능의 수직적 결합’을 일부 해체할 것으로 예상되며, 언번들링이란 이러한 현상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언번들된 기능 중에는 모든 업무의 밸류체인에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것도 있을 것이고, 특정 업무에만 포함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업무가 아니고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데 특화한 새로운 플레이어(예를 들면 핀테크 기업)가 등장할 것이다.
 


디지털 혁명이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또 하나의 변화는 ‘플랫폼’이 기존 금융투자회사의 주요 경쟁자로 등장할 가능성이다. 이미 대출 시장에서는 P2P 대출 플랫폼이 등장하였으며, 크라우드펀딩 역시 프로젝트 또는 신생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P2P 플랫폼으로서 자리 잡고 있다. 자금 수요자를 프로젝트나 신생기업에서 일반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고6), 자금 공급자로는 개인투자자 외에 기관투자자까지 포함함으로써 P2P에서 B2B로 진화해나가는 모습도 발견되고 있다.7) 또한 아직까지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블록체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ICO(initial coin offering) 역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자금조달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금융투자업의 본질적 기능이 자금의 중개이며, 이는 한쪽으로는 자금의 공급자, 다른 한쪽으로는 자금의 수요자라는 두 종류의 고객에 대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양면(two-sided)시장 비즈니스임을 의미한다. 양면시장의 성격을 갖는 업무에서는 향후에도 기존 금융투자회사가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서비스를 플랫폼 기반으로 제공하는 경쟁자가 계속하여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의 금융투자회사와 새로운 플레이어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8) 첫번째로 전면적 경쟁이 벌어지고 승자가 시장을 모두 차지하는 것이다. 두번째로 시장을 분할하여 각각 우위를 갖는 시장을 차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존 금융투자회사와 새로운 플레이어가 특정 기능이나 서비스에서 업무위탁과 같은 협력관계를 맺고 역할을 분담하면서 공생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및 관련 규제정책에 대한 시사점

이와 같은 변화의 와중에서 금융투자회사들은 데이터의 중요성과 데이터와 관련된 규제환경의 변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는 금융투자업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 결정 요인으로 등장하였다.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과거에는 다룰 수 없었던 비정형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으며, 다룰 수 있는 데이터의 크기도 거의 무한대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기업들은 자신이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훨씬 더 정밀하게 고객의 니즈에 맞추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혁신적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여 활용하는 데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데이터 관리는 디지털 혁명 시대에 금융투자회사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기술 역량이 되었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데이터 관련 규제환경 역시 변화하고 있으며, 이 변화에는 크게 두 가지의 측면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데이터의 주체가 되는 고객에 대하여 금융회사가 수집ㆍ축적한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이고, 둘째는 방대한 데이터가 그 데이터를 축적한 거대 금융회사의 독점력의 원천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 경쟁을 촉진한다는 측면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각국은 금융회사에게 정보 주체인 고객에게 자신의 데이터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이러한 데이터 제공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API 개발 및 공개 의무를 부여하는 법적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EU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PSD2(Revised Directive on Payment Services), 영국의 오픈뱅킹기준(Open Banking Standard) 등이 대표적 사례이며9), 국내에서도 ‘마이데이터’라는 이름으로 동일한 정책이 도입되었다.10) 금융투자회사들은 이와 같은 환경 변화에 적극적이고도 전향적으로 대응하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 전체적으로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혁명이 금융투자업에 초래할 변화는 여타 규제정책의 측면에서도 몇 가지 함의를 갖는다. 먼저 금융투자업 인가정책을 포함한 진입규제를 보다 탄력적이고 포괄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업무가 아니고 기능에 특화한 신규 플레이어가 등장하는 경우, 업무를 기준으로 한 열거주의적 방식에 의한 진입규제로는 이러한 신규 플레이어들을 효과적으로 규제에 포섭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으로는 기존 금융투자회사와 기능에 특화한 핀테크 기업과 같은 신규 플레이어 간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업무위탁 관련 규제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11) 또한 기존 플레이어들이 데이터 또는 그 외의 필수설비(essential facility)에 대한 신규 플레이어의 접근을 어렵게 함으로써 진입장벽을 쌓는 일이 발생하지 않고 공정경쟁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혁명의 편익은 궁극적으로 투자자를 비롯한 금융투자업의 고객들에게 귀속되어야하기 때문이다.
 


1)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간 사회의 변화를 나타내는 용어로는 ‘digitalization’, ‘digital transformation’ 등이 사용되고 있으며, 문헌에 따라서는 각각 의미를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변화가 근본적이고 급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에서 ‘디지털 혁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2) Global Financial Markets Association (GFMA), 2019, Technology and innovation in global capital markets.
3) 세계 주요 핀테크 기업의 명단과 핵심사업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정리하였다.
CB Insight, 2018, The Fintech 250: The top fintech startups of 2018.
Forbes, 2018, Forbes fintech 50 2018.
KPMG, 2018, 2018 Fintech 100: Leading global fintech innovators.
4) 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한국인터넷진흥원, 2019, 2018 대한민국 핀테크 기업 편람.
5) 금융위원회, 2019. 4. 17,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금융의 새로은 길을 열다: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 9건 첫 지정, 보도자료.금융위원회, 2019, 5. 2,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9건 지정: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연착륙을 지속 지원하여 완성도 제고,보도자료.
6) 2019년 5월 7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의 범위를 중소기업으로 확대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 금융위원회, 2019. 5. 7,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보도자료.
7) 프랑스의 ‘October’가 B2B 대출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이며, 미국의 ‘Kabbage’ 역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8) 이 부분은 다음을 참고하였다. World Economic Forum, 2015, The future of financial services: How disruptive innovations are reshaping the way financial services are structured, provisioned and consumed.
9)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고. 권민경, 2019, 「국내외 마이데이터 도입 현황 및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19-02.
10) 금융위원회, 2018. 7. 19,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방안, 보도자료.
11)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정부는 금융투자업 업무위탁 규제의 개선 추진을 발표하였다.
금융위원회, 2019. 5. 9, 금융투자회사의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