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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상장폐지 사유 분석을 통한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 고찰
2019 03/26
상장폐지 사유 분석을 통한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 고찰 2019-07호 PDF
요약
최근 상장폐지와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향후 회계법인의 감사책임이 강화되고 실질심사가 강화되는 등 변화된 시장상황 하에서는 이러한 분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폐지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경감하고 시장의 건전성을 향상시킬 근원적인 방안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다. 우선 시장 구조적 보완을 통해 적절한 퇴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상장기업이 택할 수 있는 퇴로는 크게 세 가지이다. 상장시장을 벗어나 장외에서 거래하는 방법과 규제수준이 낮은 타시장으로 이전하는 방법, 다른 기업에 해당기업을 매각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의 경우 세 경우 모두 용이하지 않은 실정이다. 한계기업을 위한 제도권 장외시장 보완, 규제수준 및 상장비용이 낮은 하위시장으로의 유연한 이전과 재기를 위한 지원, 소형혁신기업의 인수합병 원활화 등 국내 실정에 맞는 적절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상장폐지에 대한 거래소의 가치판단 결과에 대해 시장이 신뢰할 수 있도록 지속적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불필요한 논란과 시장의 불신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는 일관된 원칙을 적용하고 기업과 투자자에 충분한 판단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 거래소와 기업의 상호 부담을 경감하고 시장의 신뢰성과 건전성을 향상시킬 근원적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상장폐지와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분식회계 논란을 비롯하여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방법 등 다양한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나 상장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작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거래소가 설립된 이후 지속적으로 존재하여왔다. 거래소의 결정에 의해 강제적으로 퇴출된 기업들의 이의제기와 이에 따른 법정분쟁은 꾸준히 발생하였다. 한계기업의 재기와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상장폐지에 대한 논의의 관점을 넓힐 필요가 있다. 기업과 거래소간의 미시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기업들의 상장폐지 사유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과 시장구조적 보완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상장폐지 현황

국내 주식시장의 상장폐지는 닷컴버블 붕괴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 큰 영향을 받았다. 부도나 해산 등과 같은 사유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즉각적으로 퇴출되지 않으며 관리종목 지정 기간을 거치게 된다. 그 결과 기업의 존속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상장폐지는 일정 기간 이연된 후 시장에서 가시화되기 시작한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이 붕괴되면서 이후 몇 년간 상장폐지가 급격하게 증가하였으며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금융위기 때에도 그 다음 몇 해 동안 상장폐지가 집중되어 나타났다. 2000년 이후 상장폐지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위기 발생 3년 이내에 발생하였다. 

지난 20여 년간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결정을 위한 형식요건의 규제강도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한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제도의 도입은 기업의 상장폐지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쳐, 명목요건으로 걸러지지 않은 불건전 기업이 다수 적발되었다. 실질심사제도가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도입되어 제도만의 효과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나 도입 이후 상장폐지 사례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 실질심사를 통해 상장폐지된 건수는 2009년에만 14건이며 2000년에는 그 두 배인 28건으로 증가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부실기업을 조기 퇴출시켜 거래소의 건전성 제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 건수는 많은 편이라 할 수 없다. 2000년 이후 2018년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61개 종목, 코스닥시장에서 729개 종목이 퇴출되었다. 스팩(SPAC)과 투자회사 등 특수목적회사를 제외한 상장폐지는 연 평균 총 43개사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 및 유럽의 주요 거래소와 비교해보았을 때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WFE(World Federation of Exchanges)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7년까지 NYSE에서 퇴출된 기업 수는 매해 160개에 달하며 NASDAQ의 경우 이보다 많은 356개 기업이 상장폐지되었다. LSE도 매년 288개 기업이 거래소 상장을 중단하였다. 
 



 

상장폐지 사유 비교 분석

기간별로 상장폐지 사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두드러지게 관측된다.

첫째, 두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인수합병 및 자발적인 상장폐지가 과거에 비하여 증가하였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2014년 이후 절반 이상이 피흡수합병 또는 자발적 신청에 의한 것이다. 코스닥시장도 유가증권시장보다 비중은 적으나 역시 자발적 상장폐지 비중이 소폭 증가하였다. 피흡수합병의 상당부분은 계열사간 구조조정 또는 지주회사의 완전자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외의 사유로 상장폐지를 신청한 경우는 2014년 이후 7개사에 불과해, 상장편익과 상장비용을 고려하여 자발적으로 비상장기업으로의 전환을 택하는 것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당히 드문 경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국내 기업의 경우 자발적으로 상장시장 이탈을 결정하기 보다는 대부분 상장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정도의 상태에 다다랐을 때 거래소의 결정에의해 퇴출된다.

둘째, 코스닥시장의 경우 감사의견 미달에 의한 상장폐지 비중이 증가하였다.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부정적 또는 의견거절,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한정인 경우 상장폐지가 결정된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외부감사법에 따르면 회계부정 시 외부감사인에 대한 동반 처벌이 강화되었다. 회계법인의 감사책임이 강화되면서 외부감사가 엄격해졌으며, 그 결과 최근 감사의견 거절에 따른 상장사 상장폐지 사유 발생이 속출하였다.

셋째, 국내 주식시장에는 일방의 이전상장만 존재한다.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의 이전상장만이 발생하며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의 이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은 계층구조가 아닌 상호 경쟁을 통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어, 상장기업이 소속 시장에서 상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더라도 다른 시장이 대안적 시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코넥스시장으로의 이전상장도 부재한 상황인데, 코넥스시장은 다른 두 시장보다 계층구조상 하위시장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군 제한, 세제혜택 불평등, 거래부진 등의 문제로 한계기업이 이전상장을 기피하고 있다.
 



시장 구조적 제약 및 규제환경 평가

시장 구조를 살펴보았을 때 기업의 상장폐지 이후 퇴로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상장기업이 기존 시장에서 상장을 유지하기 어려운 한계상황에 직면했을 때 퇴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상장시장을 벗어나 장외에서 거래하는 방법과 규제수준이 낮은 타시장으로 이전하여 거래를 이어가는 방법, 다른 기업에 해당기업을 매각하는 방법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활발히 운영되는 다수의 장외시장이 존재하여 NYSE나 NASDAQ과 같은 주시장에서 상장폐지된 이후에도 거래를 지속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내에도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 K-OTCBB 등 장외시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권 장외시장을 통한 거래는 미미한 수준이며, 대부분의 장외거래가 규제 밖의 사설사이트와 불법 브로커를 통해 이루어져 기본적인 투자자 보호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규제강도나 상장유지비용이 낮은 하위시장으로의 이전도 용이하지 않다. 실제 거래소 설립 이후 하위시장으로 이전상장한 사례는 전무하다. 시장간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대표적 시장인 캐나다와 영국의 증권시장을 살펴보면 그 원인을 유추해볼 수 있다. 캐나다 TMX는 시장간 상하위 계층구조가 명확하며 계층간 이동을 규정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상장 요건 미달일 경우 강제적으로 하위시장 또는 하위소속부로 이전되며 최하위 시장의 요건 또한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기업을 위한 별도의 소속부인 NEX로 이전된다. NEX가 일종의 장외시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영국의 경우 규제나 강제가 아닌 상장비용과 혜택 차이로 인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이전상장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AIM은 LSE 메인마켓에 비해 규제수준이 낮으며 양도소득세나 상속세 감면과 같은 세제혜택을 부여한다. 상장비용 절감을 위하여 다수의 기업이 주시장인 LSE 메인마켓에서 AIM으로의 이전을 선택한다. 

국내에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양 시장이 존재하며 규제 수준과 혜택에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상장유지비용 절감을 위해 유가증권에서 코스닥시장으로의 이전을 고려할 정도로 큰 차이는 아니다. 또한 영국의 AIM 시장에 비견되는 코넥스시장이 존재하나 기업은 이전상장을 기피하고 있으며, 거래소 입장에서는 한계기업이나 상장폐지기업이 코넥스시장에 진입할 경우 시장 건전성이 하락할 것을 우려하여 NEX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한 상장폐지 또한 용이하지 않다.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장의 경우 비상장 혁신기업은 기업의 인지도 제고를 목적으로 상장시장에 진입하고 피인수에 성공할 경우 상장폐지 된다. 국내에서는 인수합병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 주요 업종에서 큰 규모의 인수합병이 성사되기도 하였으나 아직 소형혁신기업 사이에서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일어날 정도의 역동성을 지녔다고 보기 어렵다. 

시장의 구조적 한계뿐만 아니라 폐지 사유의 추이 변화를 살펴보아도 상장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에 의한 강제적 상장폐지 사유 중 평가주체의 판단이 중요한 항목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감사의견 미달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대표적이다. 감사의견 미달 사유의 경우명시적 기준이 존재하는 다른 요건들과 달리 회계법인의 의견에 대하여 일반 투자자들이 사전에 예측하거나 경중의 정도를 판단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제약·바이오와 같이 일률적 판단이 어려운 혁신산업에 속한 기업이 많아지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회계처리 방법에 대한 논란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신기술 혁신산업군의 비중이 증가할수록 이러한 사례는 증가할 것이다.

또한 회계법인의 감사책임 강화와 결부되어 재감사계약 체결 난항, 재감사 비용 과다 청구, 포렌식(forensic) 작업으로 인한 감사지연 등 다양한 문제가 부각되었다. 관계기관은 시장의 혼란을 줄이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재감사 요구를 폐지하고 차기년도 감사인의 차기 감사의견을 바탕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등 조정방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감사인이 의견거절이나 한정 등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가능성이 과거에 비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불건전행위 기업의 조기퇴출을 위한 실질심사가 강화되었다. 한국거래소는 비상장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하여 상장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어왔다. 대표적인 제도가 이익미실현 특례상장, 즉 테슬라 요건 도입이다. 상장요건 완화는 자칫 시장의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이와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실질심사대상을 확대하였다. 실질심사제도는 시장의 건전성이 훼손되기 전에 형식요건으로 적발하기 어려운 불건전 기업을 퇴출시킬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그러나 기업의 계속성과 재무 안전성 등에 대한 거래소의 자체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퇴출 여부가 결정되는 제도의 고유특성상 결과에 대한 시장의 반발과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거래소의 가치판단 결과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상장폐지 환경 개선을 통한 시장 건전성 제고 필요

향후에도 상장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계상황에 직면한 기업이 자발적으로 폐지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장폐지 결정은 기업 뿐 아니라 강제적 퇴출을 결정해야하는 거래소에도 부담이 된다. 마땅한 퇴로가 확보되지 않아 기업은 피치 못하게 상장을 유지하고 결국 극단적 한계상황에 다다른 다수의 기업이 시장에 잔존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기업의 성장이 저해될 뿐만 아니라 결국 시장 건전성이 훼손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원활한 퇴출과 재기를 위한 시장 형성 및 시장구조 유연화에 힘쓸 필요가 있다. 또한 상장폐지 결정 결과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하여 일관된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며 기업과 투자자에 충분한 판단 근거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거래소와 기업의 상호 부담을 경감하고 시장의 신뢰성과 건전성을 향상시킬 근원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